AOA는 왜 권민아에게 그랬나?
AOA는 왜 권민아에게 그랬나?
  • 유진모
  • 승인 2020.07.06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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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FNC엔터테인먼트
출처=FNC엔터테인먼트

 

AOA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사안이 이렇게 심각해질 때까지 몰랐던 걸까? 알면서도 쉬쉬한 걸까? 아니면 AOA 멤버들의 눈치만 살핀 걸까? FNC는 권민아의 폭로가 시작된 지 3일째 되는 5일 한밤에 지민의 탈퇴를 발표했지만 무능 혹은 무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내부적으로 이토록 곪을 때까지 몰랐다면 무능을 넘어선 자격 미달이 의심된다. 주주들이 경영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법하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면 단기간의 이익에만 눈이 먼 근시안적 경영이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약 멤버들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면 두 가지 모두 해당할 것이다.

권민아의 폭로 내용은 정말 놀랍다. 지민은 언니고 리더라는 이유로 7년 동안 막말과 폭력으로 권민아를 학대한 셈이다. 권민아는 불만을 토로하거나 괴로운 모습을 보일 경우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될 것을 두려워해 모든 고통을 내면에 갈무리하며 오롯이 홀로 감내해왔다.

그 결과 그녀를 보고 싶어 하던 췌장암 말기 아버지의 임종도 챙기지 못했고, 수면제를 200알 먹더니, 결국 손목에 극단적인 행동까지 했었다. 손목 흉터 사진이 그 증거다. 그토록 괴로워도 참았던 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었다는 글도 많은 이들을 뭉클하게, 한편으론 분노하게 만든다.

이토록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져가자 지민 등 AOA 멤버들은 4일 새벽 권민아를 찾아갔다. 이후 권민아는 미흡하지만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지민이 또 사과문이라고 하기에 낯 뜨거운 글을 올려 권민아의 화를 돋워 더 큰 폭로를 잇게 했다. 지민이 예전에 AOA의 숙소에 남성을 데리고 와 성관계를 했다는 충격적인 글을 올린 것.

지민은 미안하고 죄송하다. 다 팀을 이끌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잘못했다. 후회와 죄책감이 든다. 20대 초반, 당시의 나름대로 생각으로는 우리 팀이 스태프나 외부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하지만 팀을 이끌기에 인간적으로 많이 모자란 리더였던 것 같다라고 썼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진정한 사과라기보다는 한탄과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한 사람을 7년 동안 괴롭힌 이유가 팀을 잘 이끌기 위한 의도에 있다는 식으로 포장했다는 것.

권민아 역시 빌었다니? 어제는 내가 바른길로 가기 위해서 그랬다고 했지 않냐. 그런 사람이 숙소에 남자 데리고 와서 성관계 했느냐? 본인부터 바른길을 가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았어야지. 끝까지 사과하기 싫고 나를 싫어하는 것 알겠다라고 분노했다.

FNC는 이때까지도 아무런 액션이 없었다. 각 매체들은 별다른 조치도 입장 표명도 없는 FNC의 태도에 답답해했고, AOA의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했다. 이토록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사흘 동안 수수방관했던 FNC는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지민이 AOA에서 탈퇴하고 모든 연예 활동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수습되긴 어렵다는 게 관계자 대다수의 시각이다. 가장 큰 대미지를 입은 건 이미지가 무너진 AOA. 또 형편없는 것으로 드러난 FNC의 소속 연예인 관리 능력에 대한 실망감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권민아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만큼 지민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상황을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 방관했던 데에 대한 의구심은 연예기획사로서는 굉장히 큰 핸디캡으로 내내 남을 듯하다. 이런 허술한 관리 능력을 지닌 기획사에 실력을 갖춘 신인 혹은 기존의 스타가 가려 할지는 명약관화하다.

다른 선배 걸그룹들이 그런 길을 걸었듯 AOA 역시 쏟아지는 후배들에게 서서히 영역을 잠식당하고 있는 중이다. 팀 활동도, 유닛 활동도 예전 같지 않다. 그 와중에 엄청난 내부적 갈등과 더불어 이미지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문란한 사생활까지 폭로됐으니 향후 진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나머지 멤버들이 지민과 권민아의 관계를 몰랐을 리 만무하다. 지민과 함께 권민아를 방문한 게 그 증거. 물론 처음에야 리더이자 최고 연장자인 지민의 권위에 쉽게 도전할 수는 없었겠지만 몇 년 흐른 후 연예계에 익숙해진 이후엔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지적하거나 최소한 내부적으로 회의를 하거나 회사 간부에게 건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는 내내 AOA란 팀의 핸디캡으로 남을 것이다. 팬들이 그룹을 바라보는 시각은 솔로와는 좀 다르다. 멤버 한두 명이 빠지거나 바뀌어도 팬들은 그룹에 대해 생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팬들이 그룹 중 한두 명의 멤버를 각별히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단수의 멤버 때문에 그룹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팀의 색깔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지한다.

AOA가 멤버가 절반으로 축소돼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AOA는 멤버들이 잘 화합하는 팀이라기보다는 오직 개인의 이익을 위해 모인 모래알 팀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현 멤버들은 미필적 고의라는 의혹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다. 팀 색깔이 바랬다.

물론 그룹, 특히 아직 도덕관념이 확립되지 못한 어린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그룹 내부에선 많은 문제가 도출되기 마련이다. 합숙생활은 소속사 입장에선 통제가 가능할지 몰라도 부모 입장에선 일탈이 걱정된다. 아무리 돈을 벌기 위해 모인 기획사와 가수지만 인성 교육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건 기존 트로이카 YG, SM, JYP의 부도덕한 사례와 모범적인 사례를 통해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경험론의 선구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우상을 경계했다. 그를 이어 경험론의 기초를 세운 존 로크는 인간의 인식은 감각과 반성이라는 두 가지 경험으로 완성된다고 했다. AOA는 우상(아이돌)이다. 아직 감각적 경험이 일천해 반성을 잘 모르는 그들이 성숙한 인식론을 완성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런 그들을 우상 자리에 앉히려면 그들 스스로 우상을 경계할 줄 알고, 올바른 경험론으로 무장하게끔 소속사가 먼저 조치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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