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사회적 예절
마스크와 사회적 예절
  • 유광민
  • 승인 2020.06.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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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큰 재앙이 지구촌에 창궐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가 ‘K방역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내며 K, K드라마 등의 한류열풍에 이어 또다시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고양시키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발’, ‘이태원발확진자 급증은 그 이면이기도 하다.

전 국민적 협조와 의료진의 희생적 봉사, 그리고 정부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조화를 이뤄 일궈낸 코로나19와의 전쟁이 빠른 시일 내에 승리로 종결되는 듯했던 정국은 대구발 신천지 악재로 인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것 역시 우리의 선진 국민의식이 잠식시키는 듯했다.

그러던 중 이태원 클럽에서 즐긴 젊은이들의 몰상식과 개인주의, 그리고 이기주의 때문에 다시 오리무중으로 빠진 데다 쿠팡 부천물류센터발 악재가 겹치며 계속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양면성을 지닌 우리의 국민성 혹은 의식에 대해 다시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5200만 명이 채 안 되는 인구 안에서 월드스타가 속출하고, 세계 3위의 미국에 한참 뒤지는 세계 108위의 비좁은 국토에서 전 세계의 유행을 주도하는 문화가 탄생했다.

반면에 보수적이고 가정적인 경향이 강한 문화와 인식론에도 불구하고 패륜과 잔혹한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한다. 부모형제 사이의 강력범죄가 횡행한다. 세계적 추세에 따라 간통죄가 폐지됐지만 불륜은 급증하고, 커밍아웃을 이해하려는 흐름으로 흐르지만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

코로나19를 잘 이겨내자는 분위기는 팽배하지만 개인적 기온차이는 크다. 최근 국론의 분열은 세대 간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추세고, 노인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연장자에 대한 우대나 존경의 생각 역시 퇴색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번 코라나19 사태를 보면 늙은이나 젊은이나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먼저 마스크다. 국가는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강력하게 권장하고 있다. 개개인 역시 본인과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예의에서라도 의무적으로 착용하는 게 당연한데 불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키지 않는 이가 적지 않다.

신천지, 사랑제일교회, 이태원 클럽 등에 모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종교 모임엔 주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많지만 클럽에는 젊은이 일색이다. 즉 연령대에 상관없이 사회적 예절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고르게 분포돼있다는 얘기다.

지하철에는 노약자 보호석이 1979년 생겼고, 한참 뒤에 임산부 보호석이 더해졌다. 노약자 보호석은 말 그대로 노인, 약자, 병자 등을 위한 자리다. 즉 임산부도 착석하라는 곳이다. 그럼에도 임산부 보호석이 새로 생긴 이유는 겉으로 임신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를 위함이다.

이쯤 되면 국가나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래의 주인공에 대한 소중함이 연장자에 대한 존경심을 추월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0년 지하철 노인 요금을 50% 할인해주더니 4년 뒤 65살 이상 노인은 아예 무료로 타게 만들었다.

노령화가 우리의 사회 문제 중 하나임은 노인만 빼고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이혼율과 자살률이 1위다. 뿐만 아니라 ‘N포세대라는 신조어에서 알 수 있듯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해 노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사소한 현상에서 보자면 지하철의 노약자 보호석에 노인은 볼 수 있지만 약자는 보기 힘들다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그 자리를 놓고 너 몇 살이냐고 다투는 고만고만한노인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더 나아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노인이 그 자리에 앉은 임산부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그런 현상을 보기 힘들지만 임산부 보호석에 임산부가 앉은 것 역시 보기 힘들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럼 그 자리에는 누가 않을까? 십중팔구는 노인이다. 젊은이들이 출산을 포기했기에 할머니들이 또 다시 임신에 나선 것일까? 거기에 앉은 할아버지는 뭔가?

서울 어린이대공원 후문으로 입장하면 거대한 호랑이 석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그 석상 입에 마스크를 씌운 게 화제가 되고 있다(사진). 석상이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했을 리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물(혹은 돌)도 마스크를 쓰는데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우겨대는 사람은 왜 예절을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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