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고작'이 대작 되다
'임을 위한 행진곡', '고작'이 대작 되다
  • 유진모
  • 승인 2020.05.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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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이하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스틸

 

이은미가 오는 18일 방송되는 KBS1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 기획 임을 위한 노래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김형석 편곡)을 재해석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세월호를 가슴에 묻은 지 32일 만에 어김없이 광주를 만난다. ‘임을 위한 행진곡1980년은 물론 우리 민주화 투쟁의 대표적인 캐치프레이즈다.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한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었고, 그 배후인 소련(구 소비에트연방)과 중국 역시 동급이었다. 현재 북한과 긴장상태이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성에선 우리의 기업이 사업을 벌였고, 국민들은 금강산으로 여행을 다녔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보편적인 여행지고 일본보다 가까운 우방이다.

1980518일 일어난 민주화의 본격적인 염원의 거센 물결의 시작이자 정점이었던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권 때까지만 해도 광주사태였다. 하지만 국가적 기념일로 바로잡은 상황이다.

한류열풍의 효시 격인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최지우가 배용준과 박용하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할 때 흘러나온 이루마의 뉴에이지 피아노곡 ‘When the love falls’는 이른바 최지우 테마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곡은 1970년대를 주름잡은 프랑스 샹송의 황태자 미셸 폴나레프-‘Holiday’로 유명한-1971년 작사, 작곡하고 부른 ‘Qui A Tue Grand Maman’(‘누가 할머니를 죽였나’). 곧바로 미국에서 ‘When the love falls’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포크가수 박인희가 사랑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번안 취입해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1980년대 대표적인 운동가요 중 하나인 ‘5월의 노래의 원곡이기도 하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라는 비장한 가사를 입술 밖으로 토해내며 가슴 벅차올랐던 경험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역시 모든 개념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증거다.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금기시 됐던 운동가요가 김대중 정부 때 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테마곡으로써 국영방송 KBS를 통해 전국의 안방에 울려 퍼진 것이다.

‘5월의 노래이상으로 암울했던 시대의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권과 자유를 얻고자 한 몸을 아끼지 않았던 용기 있는 사람들이 아껴 부르던 노래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솔아~’1987년 안치환이 작사 작곡하고 노래를찾는사람들이 발표한 4분의4박자의 세도막으로 구성된 못갖춘마디에 단조의 장중한 곡으로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세습되던 군사정권의 연장기부터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무척 사랑받았던 대표적인 민중가요다. 그리고 그보다 6년 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었다.

 

1970년대 말부터 광주의 극회 광대에서 활동하던 문화운동 관련자들이 모여 지하방송 자유 광주의 소리를 창설하기로 하고 첫 작품으로 만든 음악극 넋풀이 굿(빛의 결혼식)’에서 시작됐다. ‘넋풀이 굿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된 윤상원 씨와 박기순 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민주화운동가 겸 전 정치인 백기완이 쓴 미발표 장시 묏비나리’(1980)의 일부를 차용해 소설가 황석영이 가사를 쓰고 전남대학교 출신의 대학가요제 수상 경력의 김종률이 곡을 만들었다.

역시 4분의4박자의 단조 멜로디에 행진곡 형식을 띠고 있어 솔아~’의 탄생에 어떻게든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김영삼 정부가 518일을 기념일로 정한 이후 본 행사에서 항상 제창하던 노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2년째인 2009년부터 이듬해까지 식전 행사에서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로 급이 낮춰졌다. 2011년 야당과 시민, 그리고 각종 단체 등의 반발로 본 행사에서 부르게 됐지만 형식은 모든 사람이 부르는 제창이 아닌 원하는 사람만 합창단에 따라 부르는 방식이었다.

19대 대통령 문재인은 2017512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지시했고, 이후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 및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이 노래와 그것의 제창은 물론 합창조차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고작노래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한 곡의 노래는 고작일 수도 있고 대단할 수도 있다.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창은 선택이지만 제창은 의무다. 그래서 뜻있는 국민들이 제창에 목을 매는 것이다. 사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이 곡이 제창되건 합창으로 울려 퍼지건 목을 맬 필요까진 없다. 대단한 의미를 지닌 노래지만 노래 한 곡 자체는 고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래가 음악이 되고, 그 음악이 정서를 관통하며 공통된 의미를 형성한 뒤,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땐 상황이 달라진다. 무식한 군사정권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혹은 국민적 결집을 유도한다는 억지로 이미자, 신중현, 조용필 등의 노래를 금지곡으로 묶어도 대중은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부르며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박정희 정권은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왜색이라며 금지시켰지만 지금은 동명의 영화를 촬영한 대이작도가 마케팅의 첨병으로 내세울 정도로 대한민국 가요의 대표곡이 됐다.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막은 신중현의 미인’, 퇴폐적이라던 그건 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창력의 소유자 전인권의 들국화 시절 창법 미숙이라며 못 부르게 한 행진등은 역시 가요사의 꼭대기에 오른 명곡들로 요즘 새삼스레 재해석돼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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