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롤: 월드 투어' 극장-안방 동시 개봉이 뜻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트롤: 월드 투어' 극장-안방 동시 개봉이 뜻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 이창석
  • 승인 2020.04.30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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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류의 생활 중 상당 부분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극장가에서 제일 먼저 그런 현상이 불거졌다.

드림웍스의 새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 투어가 지난 29일 개봉돼 9636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배급사 유니버설은 극장 개봉과 동시에 VOD 안방극장 방송도 동시에 실시했다.

이에 따라 CGV와 롯데시네마가 이 영화 상영 금지를 선언한 가운데 메가박스 체인만 내걸고 있지만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형적 개봉 방식은 미국에서 먼저 실행됐다. 유니버설은 온라인 배급을 통해 3주 만에 1억 달러(1219억 원)의 수익을 올려 극장 개봉 때보다 더 나은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이에 유니버설은 우리의 기대를 뛰어넘어 PVOD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축하는 분위기이지만 미국 최대 극장 체인인 AMC의 애덤 에런 CEO미국과 유럽의 어떤 극장에서도 유니버설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모든 역사와 문화를 봤을 때 개혁의 첫 단계가 힘들지 다음 단계부터는 수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순조로웠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수준,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우리나라의 근현대화 과정만 봐도 쉽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반상의 계급이 무너지고 남자들이 긴 머리를 짧게 자르기 시작할 때의 얘기다. 양반과 상놈의 구분이 사라진 것과 부모가 물려준 소중한 신체의 일부를 자른다는 건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변화였다.

그래서 계급의 붕괴는 양반보다 외려 상놈 계층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예근성을 보였고, 나이 든 남자는 목을 자르는 한이 있더라도 머리는 못 자른다고 버티곤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21세기인 지금도 노인 계층에선 계급문화를 아직도 고수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장강의 거센 물결은 막을 수가 없다.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 이외의 문화적 의의를 지녔다. 과거 단관 개봉 시절에도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간다가 아니라 극장 구경 간다로 표현했다. 더구나 다양한 영화가 여러 개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될 뿐만 아니라 내부에 각종 놀이 시설과 간단한 펍까지 구비된 현재의 멀티플렉스는 당연히 극장 구경 간다라는 표제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극장은 이제 영화 관람 이외의 문화적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코로나193개월여에 걸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천됨에 따라 각계각층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국민들의 배달의 민족정신은 더욱 강화됐고, 전 세계적으로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끼리 노는 집콕문화가 진화를 거듭했다.

현대인이 대중문화 콘텐츠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게 일상이 된 지 꽤 됐다. 다만 전술했다시피 극장과 영화라는 특수성 때문에 극장을 직접 찾아 돈을 지불하고 안락한 좌석과 거대란 스크린, 그리고 멀티플렉스 특유의 시설적 문화를 즐기는 문화만큼은 지속돼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에서 케이블TVOTT 등을 통해 풍부한 콘텐츠를 접하는 과정에서 영화도 즐기면서 집에서 뒹굴면서 작은 스크린으로 봐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개인적 차이로 반드시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과 풍부한 사운드로 감상해야 할 특별한 영화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는 안방극장’(TV)의 발달로 인해 집에서 감상해도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으로 유전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시청률과 광고 유치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그 시장을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유튜브의 개인 채널이 나눠 갖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앞으로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할지는 미지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지상파 방송사가 예전의 시청률과 광고 유치율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그건 극장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영국 런던 공연 당시 16주간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운 레미제라블: 뮤지컬 콘서트공연 실황이 내달 14일부터 전국 극장에서 상영되는 배급 방식도 최근 바뀐 패러다임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연 문화가 바뀔 것 역시 점치기 어렵지 않다.

그렇듯 극장과 VODOTT를 소비하는 관객의 패러다임도 변화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스케일이 큰 블록버스터는 눈과 귀의 호강을 위해 스크린을 사수하는 관객일지라도 내러티브에만 집중해야 할 작품이라면 굳이 팝콘 먹는 소음과 뒷좌석의 관객이 자신의 좌석 뒤를 차는 등의 불편을 겪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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