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스' 보이콧 운동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
'이터널스' 보이콧 운동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
  • 이창석
  • 승인 2020.03.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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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라그나로크'의 여전사 발키리는 성소수자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여전사 발키리는 성소수자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 무비 이터널스에 삽입된 게이 커플의 키스신이 적절하지 못하다며 백만의 어머니들이라는 미국의 보수 단체가 최근 이 영화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AFA(미국 가족 협회)에 속해 있는 백만의 어머니들은 보수층을 기반으로 한 트럼프의 대표적인 지지 세력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법에 위배되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민주주의에서 개개인의 자유와 발언권은 보장돼야 마땅하다. 그런 측면에서 건전한 가족 체계를 지키겠다는 백만의 어머니들의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곤란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당대의 공시적 시각은 변하기 마련이다. 1세기 전만 해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전적으로 부정적이었다. 그들을 부도덕하다고 여기다 못해 아예 변태성욕자로 취급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기부터 커밍아웃(아우팅)이란 게 외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선진국들이 줄줄이 동성애를 이단시하지 않고 동성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이제는 극단의 보수층을 제외하곤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갈수록 인간의 행복추구권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당연하다고 여겼던 구시대적 발상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며 따르려는 정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성소수자의 부모는 처음엔 자식의 그런 성 정체성에 경악하고 분노하다가는 결국 비탄에 젖는다. 그런 부모를 바라보는 당사자들 역시 자신이 큰 죄를 지은 듯 자책감에 빠지곤 한다. 소수성애 취향이 마치 자신에게 내려진 천형인 듯.

물론 소수성애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다. 철학도, 종교도, 과학도, 의학도 거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당연히 고칠 정신과 치료 방법이나 물리적 의료 기술도 없다.

그러나 성소수자들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들을 비난할 이유도 없고, 그 누구도 그들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들의 성향은 그들의 의지에 의해 그렇게 변한 게 아니라 타고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야 마블 히어로 영화라고 자식을 데리고 관람하러 갔는데 남녀의 키스 장면이 나와도 민망할 판에 동성끼리의 그것이라니 난처할 것이다. 하지만 자꾸 가리면 역효과가 나온다는 건 역사와 사회적 흐름이 이미 충분히 입증한 바 있다. 그런 성소수자도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게 결코 어색한 게 아님을 자연스럽게 설명해주는 게 중요하다.

소수성애가 변태라든가, 범죄라는 식으로 왜곡하면 이성애자는 성소수자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될 것이고, 혹시라도 그런 교육을 받은 자식 중 성소수자가 있다면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불행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좋은 전통을 지키고 잇는 것만큼이나 구태의연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 역시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동성애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었고, 거대 제국을 건설한 로마 시대에는 노골적으로 성행했다.

물론 당시의 동성애는 현대의 소수성애와는 차원이 다르긴 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한 남자 정치인과 고위 군인은 이성 연인과 매춘부는 물론 공개적으로 미소년들과 연애를 했다고 역사는 적고 있다. 그 지체 높은 남자의 취향은 일종의 변태였고, 미소년은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이었음이 현대와 다르다.

우리 역사를 봐도 이씨조선 때 동성애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소수성애가 버닝썬 사건보다 더 위험한 걸까? 강간이나 성폭행이 아닌, 당사자끼리의 합의 혹은 진정한 사랑에 의한 관계라면 타인이 관여할 수는 없다. 어차피 진한 사랑의 행위는 폐쇄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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