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이 아닌 배우 실명으로 리뷰 쓰는 이유는?
배역이 아닌 배우 실명으로 리뷰 쓰는 이유는?
  • 이창석
  • 승인 2019.12.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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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화면 캡처.
K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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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송된 KBS2 드라마 ‘99억의 여자에 대해 여러 연예 매체들이 이튿날 포털사이트에 게재한 리뷰의 제목들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서연(조여정) 강태우(김강우) 홍인표(정웅인) 윤희주(오나라) 이재훈(이지훈) 등이다.

영화나 드라마는 배우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관객과 시청자는 그 설정이 사실이라는 착각에 빠질 때 몰입도가 높다. 따라서 배우는 각자 맡은 캐릭터에 최대한 몰두해야 하고 연출자는 그렇게끔 잘 이끄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제목만 놓고 볼 때 독자들은 서연이나 태우 등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실제 배우인 조여정과 김강우를 연상케 마련이다. 제목이 그렇게 유도하지 않는가?

21세기 들어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공급하는 배급사가 됐고, 거리의 가두판매대의 매체는 물론 가판대마저 거의 사라졌다. 인터넷 매체의 기하급수적 설립과 연예계의 취재 환경의 변화로 인해 연예 담당 기자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마음대로 출입하며 취재를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게다가 치열한 경쟁 탓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팩트 체크를 해가며 기사를 생산해낼 여유도 없어졌다.

이에 따라 취재 인력들은 현장을 구석구석 저인망 핥기 스타일로 취재를 하기보다는 자리에 앉아 인터넷 서핑과 보도자료 수집을 통해 재가공한 기사의 숫자를 늘림으로써 페이지뷰를 올려 수입을 극대화하는 일에 치중하게 됐다.

그런 풍토에서 드라마, 예능, 가요 프로그램,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등의 리뷰는 아주 손쉽고 효과도 짭짤한 먹이거리다. 게다가 플랫폼의 확장으로 연예 영역의 프로그램이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이런 열악한 취재 환경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연예인의 지위는 정치인과 비교하기 힘들지만 다수의 대중은 그보다 높게 여기는 추세다. 배용준의 전성기 때 일본 수상이 식사를 제안했다 거절당했다는 소문은 불과 수년 전과 확 달라진 연예인의 위상을 잘 설명해주는 사례다.

그도 그럴 것이 26일 방송된 MBC ‘섹션TV 연예통신이 연예계의 부동산 큰 손 1위로 꼽은 전지현의 부동산 재산만 860억 원인 데서 보듯 연예스타는 웬만한 재벌이 부럽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술한 드라마의 리뷰 제목의 의도는 씁쓸하다. 마음대로 연예스타를 취재할 수는 없다. 각 콘텐츠의 시작(개봉)이나 끝 혹은 필요에 의해 중간 즈음에 제작진에서 공식적인 간담회나 회견을 열거나 촬영현장을 공개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취재는 확률이 매우 떨어진다.

그러니 마치 배역이 아닌 배우가 드라마틱한 상황에 놓였다는 듯이 낚시질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관행에 익숙해진 시청자라면 으레 그러려니하고 넘기겠지만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 식의 카피 생산이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만약 그 매체들이 정통 언론을 자부한다면 당연히 그런 제목은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고, 독자들을 기만하는 비정통적 언론의 태도라는 걸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정통 언론을 자부하는 규모가 매우 큰 매체들은 비평이 아닌, 어제 방송된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름만 배역이 아닌 배우의 실명으로 그대로 나열하는 식의 단순한 리뷰는 기사로 인정한 적도 없고 지금도 그런 자세를 지키고 있는 편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무슨 자격증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전 세계 모든 언론을 관통하는 정론직필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책임감에 기준했을 때 그런 식의 카피 제작과 1차원적인 리뷰가 과연 언론이 지켜야 할 보도의 지침에 맞는지 새삼스럽지만 당연한 체크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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