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눈 호강, 가슴 뿌듯한!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눈 호강, 가슴 뿌듯한!
  • 유진모
  • 승인 2019.06.2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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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파리-런던-바르셀로나-리비아-인도-파리, 한눈팔 틈 없는 로드코미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켄 스콧 감독)은 한국어 제목의 재미와 고행 수행자의 특별한 여행이란 원제의 브라만교적 깊이를 동시에 즐기고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영화다. 아자(다누쉬)는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시링의 혼외자로 태어난 소년이다. 사기를 친 죄로 실형을 살고 나왔다.

그는 엄마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수시로 묻지만 매번 아버지는 없다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시링은 아자와 함께 파리로 이주하는 게 꿈이고, 그 말에 계속 세뇌되며 자란 아자는 그걸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아자는 그렇게 자라면서 자신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걸 깨닫고 부자를 꿈꾼다.

시링은 꿈에 그리던 파리에 가보지도 못한 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성인이 된 아자는 엄마의 유품에서 프랑스인 아버지 피에르의 편지를 발견한다. 두 사람은 사랑했지만 시링의 부모가 그들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 아자는 아버지를 만나러 가려고 돈을 꾸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깡패들에게 빼앗긴다.

주머니를 탈탈 털어 간신히 티켓을 산 그는 100유로 위폐 한 장만 달랑 지닌 채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도착하자마 들른 곳은 대형 가구 매장. 거기서 현지에 취업한 미국인 마리(에린 모리아티)를 보고 첫눈에 반해 다음날 에펠탑에서 만날 약속을 한다. 돈이 없는 그는 진열된 옷장 속에서 잠을 잔다.

 

진동과 소음에 잠이 깬 그가 문을 열고나오니 대형 트럭 화물칸이다. 그곳엔 소말리아를 탈출한 난민 5명이 있었다. 밤에 옷장은 비행기를 통해 영국으로 배달된 것. 그들은 이내 경찰에 검거, 강제로 바르셀로나로 추방돼 공항의 난민 수용소에 갇힌다. 아자는 천신만고 끝에 화물 이동 컨베이어에 탄다.

그가 몸을 숨긴 곳은 영화 촬영을 위해 로마로 가는 배우 넬리(베레니스 베조)의 의상 가방. 호텔에 도착하자 가방에서 나온 그에게 넬리가 총을 겨눈다. 한편 바람맞은 마리는 우연히 미국인 관광객 피터를 만난다. 왠지 아자와 잘될 거라 믿었지만 실망한 그녀는 매너가 좋은 그가 내민 손을 잡고 마는데.

기회와 카르마()를 전진 배치해 인도의 전통 철학 브라만교를 중심에 세우고 겉에 유럽 역사를 두른다. 인도유럽어족은 유럽 역사에서 게르만족, 이란인, 유대인 등과 함께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인도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아리아인은 인도유럽어족의 지류다. 브라만교는 고대 인도의 정신이었다.

고대 인도인은 우주의 근본원리(브라만, )와 개인 본체(아트만, )는 동일하다는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 사상으로 윤회, 달마, , 해탈을 제시했다. 이 관념은 인도의 모든 종교에 근본 개념으로 수용됐고, 학자들은 불교의 위세에 밀려난 브라만교가 다른 종교와 결합해 힌두교로 발전했다고 본다.

 

굳이 스토아학파나 스콜라철학자를 들지 않더라도 고대부터 모든 철학자가 청렴과 교양을 중요시했다면 인도 종교는 고행을 통해서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마술 사기꾼이었던 아자는 의도치 않은 역경을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삶의 가치관, 현명한 인생의 기준, 참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난다는 인트로의 내레이션은 공정한 삶?’, ‘기회?’, ‘타고난 환경과 외모는?’이라는 논제를 통해 기회가 중요해라는 테제로 이어짐으로써 반어법인 듯하지만 결국 직설법이 된다. ‘보헤미안 랩소디내가 누군지는 내가 정해라는 강한 자아정립 의지가 넘친다.

아자는 좁은 빈민촌에 살 땐 몰랐지만 성장하며 동선을 넓히자 자신이 매우 가난한 환경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그가 막연하게 파리에 가겠다고 하는 건 아버지와의 만남과 더불어 가난의 멍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권력에의 의지. 과연 그게 답일까?

그는 셔츠에 쓴 시 덕분에 넬리의 호감을 사고, 그녀의 도움으로 상상도 못할 거금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정당하게 번 게 아니다. 결국 그 돈은 내 생애 가장 위대한 마법에 사용된다. 마술은 속임수지만 타자들을 즐겁게 해줄 땐 공연이고 꿈이다. 무히니에게 행운을 청탁하는 판타지의 배경이다.

 

아프리카 난민들의 노동요, 인도의 민속음악, 아자와 넬리의 댄스 배틀 등 음악과 춤이 주는 즐거움도 충만하다. 팀 버튼 감독과 샤키라의 은유와 직유도 큰 웃음을 준다. 대놓고 타고르와 인도 특유의 다신교를 칭송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솔로몬의 반지’, 그리고 고행을 통한 열반이 주제다.

아자의 인도-프랑스-영국-스페인-이탈리아-리비아 등으로 이어지는 불가항력적 해프닝은 일단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영화적 재미를 보장한다. 서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의 비주얼과 역사적 메시지 속에서 코미디, 멜로, 서스펜스까지 의외로 화려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 지루할 틈이 없다.

이 여정은 아프리카에서 발원해 북, 북동, 북서로 퍼진 인류 분포의 역순이다. 아프리카 난민 친구에 의해 자본주의의 천박함에서 깨어나 해탈에 이르는 아자의 상징. 시링이 아자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특정 종교에 대한 조롱이라기보다는 브라만에 대한 찬양. 무히니의 판타지가 증거다.

살짝 중화사상이 풍기지만 칸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정도는 생각하지 않는가! 이 작품의 미덕은 마치 관객이 직접 여행하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로드무비 철학에 코미디의 양념을 듬뿍 친 데 있다. 아자가 드골공항에서 처음 만난 이가 사기꾼이다! 96. 12. 7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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