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근 칼럼] 우리 신화와 설화도 문화 콘텐츠로
[송민근 칼럼] 우리 신화와 설화도 문화 콘텐츠로
  • 송민근
  • 승인 2019.05.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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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송민근 칼럼] 어린 시절 책장 한 구석에 한국전래동화라는 이름의 동화책 모음집이 있었다. ‘흥부와 놀부’, ‘해님 달님’, ‘단군 신화등 제목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그런 작품들의 모음집인 그것은 꽤나 오랜 기간 어머니의 음성을 통해 필자를 재워주곤 하였다.

그 후 20여 년이 흘러 오랜 기간 열리지 않은 책들의 표지에 쌓인 먼지들은 꽤나 무겁다. 세계 모든 민족들은 고유의 신화를 보유하고, 그것이 책이든 혹은 구전이든 어떤 형태로든 후세들에게 전해져 교훈을 줌으로써 가치관을 형성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동화나 신화는 음악이란 그릇에 새롭게 담기기도 하며, 연극이나 뮤지컬이라는 몸을 통해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재창조되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신화들은 후대에 전해지고, 그것은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며 현대적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동화, 신화, 설화에 대한 인식과 그것에 대한 재창조가 드문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이미 오래 전 청소년 필독서로 지정되고, 만화책 시리즈로도 나오며, 심지어 그룹 god가 노래하지만 단군 신화흥부와 놀부와 같은 전통적 콘텐츠는 그런 경우가 미미하다.

그 이유는 뭘까? 어린 시절에는 동화나 신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접근이 가능하다. 유아용으로 생산된 각종 콘텐츠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 혹은 대학생이 되면 그 흥미를 잃게 된다. 아니, 잃게 된다기보다는 잃기 쉬운 상황에 속하게 된다는 게 좀 더 어울리는 표현 같다.

영화 '토르' 스틸.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스틸.

 

20살 성인이 5~8세용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 유아용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들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매워진 전통 민담이나 동화, 신화에 대한 전문서적 간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적절한 콘텐츠가 생산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 문화적, 연령층 간의 괴리를 허물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시리즈 만화 원피스나루토가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만화책 속에는 전래 동화나 고대 신화들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나 그것을 이용한 스토리 전개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원피스의 경우 일본의 전래 동화인 모모타로 이야기에 나오는 꿩, , 원숭이에서 영감을 받은 중요 캐릭터가 등장한다. ‘나루토의 경우 중심 소재가 닌자이고, 스토리 중간 중간 일본 고대 신화에 관련된 소재들이 계속 등장하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재탄생을 통해 어린 시절 동심을 심어준 얘기들은 다시 한 번 쉽게 인식된다. 이렇게 재탄생한 콘텐츠들은 100% 원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물이 담기는 그릇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듯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되며 많은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다.

전통적인 얘기들은 이런 유연한 창작에 의해 현대에도 여전히 그 모습을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 이것들은 전통적 콘텐츠의 재탄생에 대한 아주 일부분의 예시일 뿐 그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만화뿐만 아니라 연극, 음악, 그걸 테마로 한 행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태어날 여지가 있다.

 

그걸 테마로 한 작품공모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호두까기 인형만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세계인이 공유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강공주와 온달장군이 가진 플롯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버금가는 비극적 사랑얘기로 널리 알려질 수 있다.

흥부와 놀부는 물질 만능의 정서가 팽배한 현대사회에 던질 수 있는 교훈을 지니고 있으며 단군 신화도 충분히 장편 영화 시리즈로 만들어질 요소들이 있다. ‘호동 왕자를 토대로 한 소설 바람의 나라와 그걸 재해석한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바람의 나라도 한 예다.

헤비메틀에 국악을 접목한 서태지와아이들의 하여가’, 태껸으로 일본군을 제압하는 허영만의 만화 각시탈’, ‘전우치전을 모티브로 한 한국형 히어로 영화 전우치’, 산신령과 호랑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만든 웹툰 호랑이 형님등 많은 분야에서 전통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 창작물들은 경제적인 수익을 올려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인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작품 제작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동시에 관심과 흥미를 끌어낸다면 분명 우리의 전통 얘기들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우리의 곁을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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