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열 칼럼] 식량은 남아도는데 웬 기아사?
[백재열 칼럼] 식량은 남아도는데 웬 기아사?
  • 백재열
  • 승인 2019.05.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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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2배 먹일 식량 넘치는데 왜 7명 중 1명이 기아에 허덕이는가

 

[백재열 칼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사람들이 남긴 잔반을 처리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처리는 고사하고 운반만으로도 버거워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라는 데 놀랐다. 비분강개를 금치 못하기엔 나도 그리 떳떳한 입장은 아니었다.

단지 입맛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양의 잔반을 버리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인간의 모든 서러움 중에서 가장 사무치는 것이 바로 굶주림이라고 한다. 이 글을 접하는 독자들 중 굶주림에 대한 서러움과 공포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겠지만 지구 반대편의 사정은 다르다.

200610월 유엔 식량 농업 기구(FAO)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1명꼴로 굶어 죽었으며, 3분의 1명이 비타민 A의 부족으로 시력을 잃었다. 거기에 85000만 명, 지구촌 인구 7명 중 1명이 만성적 영양실조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리카의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전체 인구의 36%가 굶주림이 일상화됐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처지 역시 절망적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서 UN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이었던 장 지글러는 기아의 실태와 그 배후의 원인들을 아들인 카림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설명한다.

 

전 세계에는 약 73억 명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있으며 세계 시장에 나와 있는 식량은 현 인구의 두 배조차 넉넉히 먹일 양이다. 하지만 세계의 기아는 8억 명 정도로 추정되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세계의 식량은 남아도는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 것인가.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을 부유한 국가의 소들이 먹는다. 미국에서 소들이 먹어치우는 곡물이 연간 50만 톤에 달한다. 즉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면서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는 잠비아 같은 나라의 연간 필요 식량보다 수백 배나 많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계 시장에 곡식이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며 이곳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산품의 가격이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 농산품의 가격과 거래가 몇 안 되는 거물급 곡물상의 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소는 배불리 먹으면서 사람은 굶는, 이런 모순된 현실은 필자로 하여금 힘이 빠지게 한다.

이것이 지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기아의 원인이 늘 자연재해나 정치 부패, 시장 가격 조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 역시도 커다란 원인이다. 아프리카의 인구는 세계 인구의 15%에도 못 미치는 비율이건만 기아 인구의 25% 이상이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남수단, 시에라리온 등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심각한 기아를 초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외부의 식량 원조가 필요한 정치 난민 2500만 명 중 반수가 아프리카의 난민캠프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후원은 있지만 전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 후원물품의 대부분을 권력층이나 반군이 가로채고 있다.

지난날, 우리가 북한 주민들에게 지원했던 쌀을 북한정권이 가로채 악용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죽어가고 있다. 단 한 번도 배부르게 먹어본 적이 없었을, 포만감을 일생동안 결코 알지 못하고 살다가 결국은 굶어죽는 아이들이.

오늘밤 나는 이 책을 덮고 나서도 쉽게 잠들 수가 없다. 세계의 절반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채 식사량을 줄이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감히 고민한다. 찬란한 21세기에 굶주림에 대한 공포를 모르는 나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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