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세잎 칼럼] 출산하는 애국자와 이기주의의 이분법
[방세잎 칼럼] 출산하는 애국자와 이기주의의 이분법
  • 방세잎
  • 승인 2019.04.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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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포기한 걸 비난하는 무책임한 기성세대

 

[방세잎 칼럼] 2016년 기준 출산율이 1.17%로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소멸할 국가로 예상되는 요즘 대한민국은 결혼해 아이를 낳은 사람을 애국자로 부른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다둥이부부가 애국자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결혼적령기 1000명당 결혼하는 평균 5명만이 애국자가 되는 세상이다.

날로 출산율과 혼인율이 동반 하락하는 심각성을 청년들도 잘 알고 있지만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세상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혼으로 가문과 가문의 관계를 형성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부모 세대의 가치관은 이미 비현실적이다. 대출 없는 결혼과 출산은 불가능하다.

복지가 취약하고 사교육에 목숨 거는 한국에서 2세를 계획하는 것은 돈 문제 때문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 남편에게 가장의 무게가 집중되고 아내가 경제활동과 더불어 가사와 육아까지 맡는 세태 속에서 출산하는 청년이 대단하고 부러운 건 맞지만 기성세대가 애국자라 평하는 건 조금 불편하다.

결혼과 출산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선택인데 국가가 이를 애국행위라고 표현하는 건 어딘지 모르게 거북하다. 물론 애국이 자신의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 혹은 행위라는 뜻이기에 국가적인 시각에서 지금 같은 저출산이 야기한 국가의 존폐위기를 걱정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진짜 이유는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행위가 자신의 행복을 위함과 동시에 국가의 입장에서 애국하는 것이라면 다른 측면에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년들은 애국하지 않는다는 논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청춘은 없다.

 

결혼하고 싶지만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는 이들이 제일 많다. 가정을 꾸려 아내와 자식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삶보단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는 초식남혹은 절식남들도 있다. 결혼과 출산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사회구조 탓에 비혼을 결정하는 알파걸들도 증가 중이다.

이들이 결혼과 출산이라는 과거 세대가 만든 도식의 틀로 들어가지 않는 이유 중 공통점은 경제적 불황과 더불어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전통적인 가족문화와 사회분위기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다.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더욱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행복을 위해 전통적 행복을 포기한 것.

기성세대는 자신들은 더 가난해 사글세 단칸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고, 빚 없는 사람 어디 있냐며 청년의 하소연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의 부익부 빈익빈가 더 심해진 사회 구조와 행복의 가치관이 변한 건 감안하지 않는다. 그땐 아무거나 먹고 배만 부르면 됐지만 지금은 뭘 먹느냐다.

또 개인의 여가나 일을 더 중하게 여기는 청춘에겐 사람은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되고 행복한 것이며 자기 부인과 자식들 건사하는 것이 남자로서 최고의 자존심이다. 여자가 일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가사와 육아가 진짜 여자의 일이라는 전통적인 결혼관을 강요하여 청년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달라진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잣대로 청년을 나약하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인 요즘 젊은 것들로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양 세대가 큰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가가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슬며시 기성세대 편에 서서 청년들을 궁지로 내몬다는 것.

저출산 시대에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 젊은이들은 애국자라는 정부의 출산독려 슬로건이 기성세대의 논리와 합쳐지면서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은 나라 앞날은 걱정 안 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국민이 된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것도 억울한데 어느새 나라를 망치는 국민이 됐다.

영화 스물의 주인공 동우는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꿈을 포기한다. 그런 그를 향해 친구들이 비난의 말을 던지자 동우는 왜 포기하는 사람들만 욕을 먹어야 하냐, 포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냐며 울분을 터뜨린다. 청년들에겐 꿈꾸는 저마다의 목표와 행복한 미래가 있기 마련이다.

그 안에 결혼과 출산이 있는지는 개인의 선택의 자유다.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이들과 포기한 이들 모두 앞으로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한 결정이다. 저출산이 국가 최고의 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결혼과 출산이 당사자들의 행복 추구인 동시에 국가적인 측면에서 애국이 되는 건 맞다.

 

그런데 그 프레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시에 위험하다. 우리가 화살을 겨눠야 할 대상은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경제 불황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정부 및 그의 근간이 된 기성세대지 희생양이 된 포기한 청년들이 아니다.

더욱이 중요한 점은 이런 프레임으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해결을 위해선 국가가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을 애국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행복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국가가 현실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사회복지 문제들을 해결해줘야 바뀐다.

저출산 문제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국가가 져야지 그걸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 어깨에 떠넘겨선 안 된다.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은 애국이라는 논리로 애국청년과 그렇지 않은 자로 나누는 이분법은 안 된다. 비판 받아야 할 사람들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이렇게 만든 기성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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