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칼럼] '혼밥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노'
[정다운 칼럼] '혼밥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노'
  • 정다운
  • 승인 2019.04.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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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선진국이 이미 자연스러운 문화로 받아들인 '혼밥족'에 대한 시선 거두자

 

[정다운 칼럼]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시절,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와 학생식당을 찾았다. 무리지어 점심을 먹는 학생들 사이에서 눈길을 끄는 몇몇 이들이 있었다. 넓은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학생들이었다. 지금이야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뭐가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까지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는 일이 흔치 않았던 까닭에 그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이 느끼지 않게끔 몰래 곁눈질로 훔쳐보곤 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다보니 내가 혼자 밥을 먹는 횟수가 늘고 이젠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학생의 경우 학년이 높아질수록 친했던 친구들이 휴학을 함에 따라, 혹은 자신이 그랬다가 홀로 복학한 뒤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혼자 밥을 먹으면 메뉴도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상대방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건 타인들의 시선이다.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혼자 밥을 먹는 나를 향한 호기심과 연민이 섞인 시선이 불편하다. 그 시선 속에는 대개 저 사람은 함께 식사할 친구가 없는 건가?’라는 물음이 내포돼있다. 이런 시선을 견디며 식사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전체 가구의 약 30%1인 가구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싱글족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당연히 혼자 밥을 먹는 이들도 증가했는데 이들을 가리키는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래서 이 혼밥족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도 꽤 증가했는데 좌석마다 칸막이를 설치해 독서실처럼 만든 곳도 있다. 심지어 종업원과 직접 대면할 필요 없이 주문하는 식당도 있다. 이런 식당의 등장은 곧 혼밥족이 그동안 타인의 시선에 얼마나 불편을 느꼈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타인의 동정어린 시선을 피해 칸막이 속에서 식사하는 것도 어쩐지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그러나 혼밥족의 이러한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타인의 시선 때문에 식사가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해 여름 혼자 강릉으로 여행을 가 한 식당의 창가에서 식사를 했다.

혼자 밥을 먹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그 특유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지라 민망함에 재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나온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로는 당연히 혼자 밥을 먹는 일이 어렵게 느껴졌는데 얼마 전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미국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혼자 식사를 했다. 그들은 근처 푸드 트럭에서 음식을 사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벤치에 앉아 음식을 먹고는 했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고, 곁을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도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는 두 나라의 문화의 차이일 뿐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고의 차이에 대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혼밥족이 늘어나고 있는 이상 시선에서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자 기호다. 이들은 시간과 메뉴 선택 등 자유로움을 즐긴다.

때문에 혼밥족은 연민이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멋대로 추측하고 동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은 혼자 밥을 먹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들도 식사시간에 식당을 찾은 손님일 뿐이다. 이들을 향한 지나친 관심과 시선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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