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이 중요하다면 내일로 미루자 [양현준 칼럼]
오늘 할 일이 중요하다면 내일로 미루자 [양현준 칼럼]
  • 양현준
  • 승인 2019.04.20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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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무의식이 의식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린다

 

[양현준 칼럼]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100달러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지겹게 이 말을 들었던 나는 어떤 과제도 그 날 안에 못 끝내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뤘다는 사실에 항상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하지만 때로는 오늘 할 수 있는 일일지라도 내일로 미루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매우 중요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네덜란드의 심리학자이자 라드바우드대학교의 무의식연구소 소장인 압 데익스테르후이스는 인간의 무의식에 대한 한 가지 재미있는 연구 결과는 내놨다.

그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아파트를 함께 사용할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다라고 상상하도록 하게 한 후 3명의 룸메이트 후보에 대한 긍정적 자질(깔끔하다, 배려심이 있다 등)과 부정적 자질(지저분하다 등)에 대한 총 36개의 정보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통해 의미 있는 해석을 했다.

개별 정보는 컴퓨터 화면에 2초간 무작위 순서로 노출됐다. 후보 A는 긍정적인 자질 8개와 부정적인 자질 4, B는 긍정적인 자질 6개와 부정적인 자질 6, C는 긍정적인 자질 4개와 부정적인 자질 8개를 가졌다. A, B, C 순으로 좋은 후보였고 참가자들은 편하게 판단하면 됐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그는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즉시 판단 조건 그룹으로 정보 제시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평가를 하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의식적 판단 그룹으로 정보 제시가 끝난 후 4분 동안 제공받은 정보를 토대로 약간 고민할 시간을 줬다.

 

마지막 그룹인 무의식적 판단 그룹은 정보제시가 끝난 후 그들이 본 룸메이트 후보들에 대한 자질을 잊게 만들기 위해 4분 동안 다른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후보를 고르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즉시 판단 그룹보다는 의식적 판단 그룹이 후보 평가를 더 정확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겁지겁 판단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토대로 생각해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그런데 무의식적 판단 그룹이 의식적 판단 그룹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했다. 이는 주어진 복잡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무의식적으로 정리하는 게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놀라운 답이었다.

연구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일로 결정을 미루는 것도 문제해결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무의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의식적으로 할 과제에 대해 관여하고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무의식적 사고도 문제해결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데익스테르후이스는 우리가 마음속에 특정한 지적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무의식적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했다.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단순히 미룬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이 이뤄지고 난 뒤에야 한 발 뒤로 물러나도 된다는 뜻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건 맞다. 압박감에서 벗어나 시간을 더 탄력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 당장 끝내지 말고 미뤄보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그 문제를 잊고 다른 생각을 하는 동안에 무의식이 문제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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