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민①, “섹시하다고요? 당연히 고맙죠”
조정민①, “섹시하다고요? 당연히 고맙죠”
  • 마경식
  • 승인 2019.03.30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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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망 후 집안 생계 위해 트로트에 뛰어들어

 

장윤정과 홍진영을 잇는 미녀 트로트 가수 조정민을 만났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이제 당구 예능에까지 진출하고, 일본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녀는 외적 이미지와 달리 털털하고 소박했다. 만나자마자 물었다. “섹시한 이미지로 지나치게 소비된다. 만족하는가, 걱정되는가?”라고.

정말 고맙죠. 제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중반이었다면 살짝 불안하거나 낯 뜨거웠을 수도 있지만 30대에 접어들었잖아요. 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히트곡 하나 없이 단숨에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지명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런 이미지의 작용과 반작용이 컸던 게 아닐까요? 사실 과분한 결과고 그래서 때론 다른 가수들에게 미안할 지경입니다.”

-CF에서 비키니를 입었고, 화보도 자주 찍는다.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아 그런 훌륭한 어른들의 말씀이 있었죠. 이해합니다. 아주 훌륭한 교훈이죠. 알면서도 제 특정 이미지의 과소비가 불편하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했다시피 제가 엄청난 히트 곡 없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결코 짧지 않은 고생의 과거를 한순간에 털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제 직업은 연예인이잖아요. 본업이 가수긴 하지만 요즘은 멀티 플레이가 요구되는 시대니 대중이 조정민이라고 하면 섹시한 가수라고 금세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와 연결해 여러 면에서 저를 보고 즐거워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고 고마운 일이죠.”

 

-어머니께서 보수적인 경향이라고 하셨는데.

목사이십니다. 처음에 가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무척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매우 흡족해하십니다. 가능하면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하세요, 푸하핫! 어쩌다 다른 분들에게 전화로 제 자랑을 하는 것을 들키기도 하죠. 제게 방송 스케줄이 잡히면 지인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세요. 꼭 챙겨보고 응원해달라는 뜻이죠. 같은 여자니까 당연히 제 섹시 이미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하는 게 많으시겠지만 절대 언급하시는 적이 없습니다. 그건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적 성향의 차이와는 차원이 다른, 여자 대 여자로서, 그리고 엄마 대 딸로서의 그 분이 제게 베푸시는 이해의 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앞으로도 의도된 섹시의 완급조절은 없으리란 시사인 듯하다.

. 뭔가 배경을 갖고 때론 순수하게, 때론 과감하게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없을 듯합니다. 이미 처음부터 저는 광진구 고소영이라는 과찬의 이미지로 소비됐고, 섹시한 트로트 여가수란 고정관념이 형성됐으니 일부러 다른 색깔을 덧입히거나 오히려 과하게 강조함으로써 극대치의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을 펼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지난 기간에 이뤄진 팬들과 저와의 교감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에 만족하며 충실함으로써 향후 열심히 노래 부르며, 방송에서 대중을 위무해줄 수 있는 끼를 펼치는 게 목표입니다. 섹시라는 게 제가 가진 여러 가지 조건 중 대중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능력 중의 하나이기에 그런 소비 형태가 형성된 것이고, 그걸 통해 제 본업인 노래나, 앞으로 하고 싶은 예능이나 드라마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굳이 이미 얻은 것을 애써 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가족관계는?

“2009년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고, 홀어머니(57) 남동생 둘(31, 25)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향은 서울입니다. 아버지께서 건설 쪽 사업을 하셨기에 예전에는 부유한 편이었죠. 제가 어릴 때부터 피아노와 수영을 배울 수 있었고, 레저로 스키를 즐겼으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책임을 도맡아 하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시인 중 한명인 소포클레스는 가장 행복한 것은 아예 세상에 나오지 않는 것이고, 그 다음은 아무런 인연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세상을 사는 것 자체가 고행이란 가르침이다.

그땐 힘들었지만 제겐 자극이자 전환의 계기가 됐어요. 무엇보다 갑자기 성숙해질 수 있었고요. 부모님께 늘 감사하고 죄송하고 그래서 더욱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주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고, 대학(국민대)에서도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6살 때부터 꿈이 가수였거든요. 2009년 대학 축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는데 곧바로 기획사 매니저라는 분이 찾아왔어요. 당시 저는 무대에서 R&B 장르를 불렀는데 그 분은 트로트를 할 생각이 없냐며 명함을 주시더라고요. 단칼에 거절했죠. 그런데 얼마 후 아버지께서 눈을 감으신 거예요. 어머니께선 애써 감추려하셨지만 집안 살림이 어렵다는 걸 제가 왜 몰랐겠어요. 책상 서랍을 뒤져 다행히명함을 찾을 수 있었고 연락을 했죠. , 인정합니다. 저는 가족의 생계 때문에 트로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트로트 덕에 제 인생에 희망이 생기고 생기가 풍부해졌으며 무엇보다 가족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트로트에 대해 어린 나이에 가질 법한 선입견, 즉 어른들의 음악이라는 생각 때문에 거부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서른이 넘고 보니 입맛에 착착 감기고, 가슴에 쿡쿡 와 닿더라고요. 음악은 결국 어느 장르나 똑같다는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는지. 감동과 환희 그게 음악이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만족시키는 키워드잖아요.”

제공=맥심.
제공=맥심.

 

-음반에 별 하나 별 둘이란 자작곡이 하나 있다. 헤어져 있는 연인 사이의 애절한 사연이 애틋한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돼있다. 경험인가?

ㅋㅋㅋ. 일단 그 곡은 견우와 직녀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어느 날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영롱하게 반짝이는데 그게 왠지 슬프더라고요. 그날 제 기분이 센티멘털했던 것 같습니다. 문득 견우와 직녀가 연상되는 거예요. 그래서 피아노 앞에 앉았더니 거침없이 가사와 멜로디가 진행되더군요. 제가 견우와 직녀만큼 애달픈 사랑을 해본 적은 없지만 나이가 나이니만큼 최소한 그들의 심정이 짐작과 이해는 되거든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사랑은 마주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멀리 떨어져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생각과 염원을 할, 피치 못하게 헤어진 연인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썼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연이 있어서인지 슈퍼맨의 가사에서 가정사가 연상된다.

작사가인 신유진 님과 사전에 인터뷰한 적도, 제 사연을 강하게 어필한 적도 없는데 이런 가사가 나온 거예요. 받자마자 울컥했죠. 곡 자체도 좋고 시류에도 맞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사에 감동했어요. 슈퍼맨은 어쩌면 제 아버지께서 생존해계실 때 그랬던 것처럼 오로지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희생하시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축 처진 어깨에 대한 토닥거림이자, N포세대로 불리는 희망을 잃은 20-30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입니다. 남자들이시여, 그대들은 모두 여자들의 슈퍼맨입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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